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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기록

서산 유기방 가옥에 수선화가 활짝

by 도토리초록별 2020. 3. 25.

 

충남의 100년 된 고택에 노란 수선화가 활짝 폈다. 1919년 세워진 서산 여미리의 유기방 가옥이다. 324, 고택을 둘러싼 야산이 온통 수선화로 노랗게 물든 유기방 가옥을 다녀왔다. 3월의 화사함이 가득했다. 올해 수선화 축제는 취소됐지만 활짝 핀 수선화를 보러 온 발길들이 조금 눈에 띈다. 코로나19로 조심스러운 때라 많은 인원은 아니고, 가족이나 친구들끼리 고택을 찾은 몇몇 사람들이다.

 

 

소나무가 우거진 야산을 배경으로 남향에 자리 잡은 유기방 가옥은 집을 둘러싼 U자 형태의 둥근 토담이 멋진 곳이다. 이런 토담과 한옥의 배치는 충남 지방의 독특한 가옥 형태로 향토적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충청남도의 민속문화재 제23호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근처에 있는 유상묵 가옥도 비슷한 형태로 같은 유 씨 일가이다.

 

 

유기방 가옥에 도착해, 집구경은 뒤로하고 먼저 집을 둘러싼 뒷산 소나무밭으로 오른다. 수선화와 어우러진 가옥의 타원형 토담과 한옥 건물들이 한눈에 들어오는 풍경을 먼저 보고 싶어서다. 노란 미소로 반겨주는 수선화 꽃밭을 지나 소나무 숲길까지 내쳐 오른다. 쭉쭉 뻗은 소나무들이 있는 높은 언덕까지 올라 내려다본다. 수선화꽃밭이 노랗게 감싸고 있는 유기방 가옥의 둥근 토담과 한옥 건물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자연과 어우러진 옛집의 풍경에 마음이 푸근해진다.

 

 

수선화 가득한 뒷산을 내려와 유기방 가옥 안으로 들어가 본다. 나무로 지은 한옥 건물에서 풍기는 옛스러운 편안함이 느껴진다. 지금도 이 집엔 유기방의 후손이 살고 있다. 한옥 숙박 체험도 가능하다. 사람 사는 집에서 느껴지는 훈훈한 분위기가 난다. 사람이 살지 않는 한옥은 번듯해도 썰렁한 느낌이 나는데 이 집은 사람이 머무는 공간이란 느낌이 들었다. 한옥집은 앞마당뿐 아니라 뒤뜰로 난 창이 있는 데가 많다. 볼 때마다 정답고 운치가 있다. 이 집도 마루에 뒤뜰로 난 창이 있는데 장독대와 노란 수선화가 한눈에 들어오는 봄 풍경이 그윽했다. 마루에 앉아 여유 있게 쉬어가고 싶었다.

 

 

고택을 둘러보며 아쉬운 것은 수선화꽃밭이 점점 커지고 강조되면서 축제를 벌이는 상업적인 공간으로 변해가는 느낌이었다. 고택 답사의 고즈넉함과 여유마저 뒷전이 되는 건 아닌지 조금 안타까웠다.

 

 

오래된 공간을 가면 꼭 오래된 나무가 있다. 세월의 깊이를 말해 주는 나무들이다. 그런 나무들을 만날 때면 숙연한 감동이 느껴진다. 사람들의 삶과 죽음, 역사의 격변이 지나가는 오랜 시간을 지키며 한자리에서 세월을 버텨온 나무의 존재감이 전해지기 때문이다.

 

 

유기방 가옥 바로 옆에도 400년 넘은 감나무가 서 있다. 속은 비었고 줄기들이 갈라져 쇠끈과 받침대의 도움으로 간신히 서 있지만 올해도 저 고목이 푸른 잎과 열매를 낼 걸 생각하면 마음이 뭉클하다. 유기방 가옥의 뒷산 옆으로 조금만 가면 비자나무 노거수도 만날 수 있다. 이번 여행길에는 방문하지 않고 지나쳤지만 중부권에서는 쉽게 만나기 어려운 수령 300년이 넘는 비자나무 고목이다.

 

 

여미리에는 고려 시대에 만들어진 여미리 돌미륵도 만나볼 수 있다. 근처 용장천에서 발견해 현재의 위치에 세워둔 것이라는데 몸체와 손의 비례도 맞지 않고 예술적 세련미가 떨어지지만 투박하고 소탈한 모습이 정이 간다. 돌미륵 옆에 자라는 300년 넘은 소나무 고목은 얼마나 늠름하고 수세가 좋은지 모른다.

 

 

여미리는 이렇게 유기방 가옥 외에도 여미리 석불입상, 조선 2대 왕인 정종의 4남인 선성군의 사당인 선정묘가 모여있어 볼거리가 쏠쏠한 공간이다. 그래서 여미리는 서산의 자연을 따라 걸으며 문화재를 만나보는 서산 아라메길 1구간이 시작되는 곳이기도 하다.

 

 

2020/03/26 - [여행의 기록] - [서산 맛집] 주민들이 만드는 시골밥상, 여미오미농가레스토랑

 

(서산 맛집) 정갈하고 맛깔나는 시골밥상, 여미오미농가레스토랑

여미리 유기방 가옥을 방문하는 길에 점심을 먹은 식당이다. 맛있게 먹은 곳이라 소개한다. 식당이나 음식 사진은 별로 안 찍는 편이라 참고사진이 몇 장 없는 점은 양해해주시길^^ 식당 이름은 여미오미농가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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