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중순, 봄기운을 찾아 떠난 구례 화엄사에서 숨겨진 보물, 구층암과 길상암을 발견했습니다.
화엄사는 긴 설명이 필요 없는 지리산 자락의 유서 깊은 사찰입니다. 국보급 보물이 가득하고 3월 말 4월 초면 불타는 검붉은색의 각황전 홍매화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곳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오늘의 주인공은 지리산 화엄사가 아닙니다. 화엄사 뒤쪽 숲 속에 숨어있는 작은 부속 암자인 구층암과 길상암을 만나러 갑니다.
화엄사 뒤쪽으로 푸른 대숲을 지나 개울을 건너자 구층암이 나옵니다. 대숲을 경계로 다른 세상이 펼쳐집니다. 크고 웅장한 화엄사와 대조되는 소박한 암자가 나타납니다. 아담한 경내에 들어서면 정면의 천불전을 중심으로 양쪽에 요사채와 삼층석탑이 옹기종기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요사채의 기둥이 독특합니다. 울퉁불퉁한 자연목을 그대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바로 구층암 마당에서 자라는 모과나무로 만든 것이라고 하니 더 관심이 갑니다. 모과나무 기둥이 돋보이는 고요한 구층암 암자에서 귀여운 강아지와 눈길을 나누며 서성이는데 스님이 차 한 잔 마시고 가라고 부르십니다. 직접 내려주시는 녹차를 받아 마시며 구층암과 모과나무 기둥에 대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스님 고맙습니다. 고즈넉한 암자에서 좋은 말씀 잘 들었습니다.^^
구층암 마당에서 스님이 일러주신 데로 옆길로 살짝 내려와 길상암 쪽으로 걸어갑니다. 길상암에는 오래된 들매화가 있어 기대가 큽니다. 하지만 스님이 아직은 꽃이 피지 않았다고 하시네요. 해마다 꽃피는 시기가 들쭉날쭉이라며.. 그래도 혹시나 하며 두근두근 길상암 마당으로 접어듭니다.
좋은 향기가 코끝을 간질입니다. 야호~ 매화꽃이 여기저기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마당의 백매화 홍매화가 저요! 저요! 아는 척을 합니다. 역시나 수령 450년이 넘는 들매화는 아직 피지 않았더군요. 하지만 마당에 있는 여러 매화나무의 앙증맞은 꽃송이들이 인사해주는 덕에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향기에 취해 여기저기 마당에 핀 매화에 눈 맞추며 작은 언덕을 올라 길상암에 도착합니다. 여기 툇마루에 앉아 바라보는 풍경이 그윽합니다. 마음에 작고 고요한 평화가 차오릅니다. 오래도록 가만히 앉아 있었습니다.
그래 봄이구나. 산과 나무와 꽃이 곱다. 나도 저처럼 봄기운을 받아 한걸음 내딛어야지...
(화엄사의 구층암과 길상암을 방문한 날은 2017년 3월 15일입니다)
3월에 구례에 가면 섬진강 강변길도 함께 들려보기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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