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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기록

연둣빛 세상, 봉화 청옥산 숲길

by 도토리초록별 2020. 6. 18.

 

봉화 청옥산 숲길은 처음 방문하자마자 마음을 사로잡아 버린 곳이다. 내가 좋아하는 숲길의 요소들이 가득한 곳이기 때문이다. 숲에는 여기저기 작은 풀꽃이 피어나고 다양한 수종의 나무들이 이어지고 걷는 내내 맑은 계곡이 곁을 지켜준다. 걷는 코스도 그리 힘들지 않아 누구라도 등산의 부담 없이 가벼운 트레킹으로 정상까지 오를 수 있다. 숲길을 걷는 중간에 쉬어 갈 만한 적당한 쉼터들도 마음에 든다.

지난 5월 코로나19의 유행으로 집 밖을 나서기 두려울 때 인파를 피해 고즈넉하게 다녀올 만한 곳으로, 맑은 공기와 한적한 푸른 숲을 찾아 청옥산 숲길을 다녀왔다.

 

 

청옥산 숲은 강원 태백과 경북 봉화의 경계에 위치한다. 정상은 해발 1277m로 꽤 높다. 하지만 숲을 걷기 시작한 부분이 이미 해발 800m로 올라 있어 정상까지 크게 힘들지 않고 오를만하다. 입구에서 정상까지 3.5km 정도면 도착이다. 산이 깊고 고도가 높은 지역이라 봄이 늦은 편이다. 5월 중순이 돼야 연둣빛 신록이 펼쳐진다.

이번 방문은 연두빛 신록과 산철쭉을 만날 수 있는 5월 중순에 맞춰 떠난 길이다.

 

 

청옥산 숲길은 산림청에서 관리하는 숲으로 금강소나무후계림, 자작나무, 가래나무, 잣나무가 이어지는 다채롭고 아름다운 곳이다. 미리 연락해둔 해설사님의 숲해설을 들으며 푸른 숲길로 들어선다.

 

 

숲에 들어서니 숲의 공기와 날씨가 우리 사는 수도권과는 확연히 다르다. 차갑지만 맑고 깨끗한 공기가 코끝을 스친다. 연둣빛과 연초록으로 번져가는 숲의 색깔은 마음까지 푸르게 한다. 콸콸 흐르는 시원한 계곡물은 눈도 귀도 시원하게 한다

 

 

숲길을 오르는데 들풀들이 방긋방긋 아는 척을 한다. 천남성, 박쥐나물을 지나 큰앵초 군락지를 만난다. 분홍의 큰앵초 꽃이 화사하다. 철쭉이 한창이다. 해설사님 말로는 올해 청옥산의 철쭉이 아주 예쁘게 폈다고 한다. 2년간 냉해를 입어 제대로 피지 못했는데 올해는 싱그럽게 잘 폈다고 한다. 우리 일행들이 운 좋게 철쭉에 딱 맞춰 잘 왔나 보다.

 

 

여유롭게 걷다 보니 잣나무 숲 명상쉼터가 나온다. 쭉 뻗은 잣나무숲 사이 널찍한 공간에 요가매트를 깔고 앉아 도시락을 먹고 쉬어가기 좋은 공간이다. 도시락을 먹으며 시원한 숲의 기운을 한껏 받아 본다. 해설사님이 우릴 위해 오카리나를 연주해 주신다. 그러자 즉석에서 우리 일행이 하모니카를 연주하며 더 즐거운 숲에서의 한 때를 보낸다.

 

 

명상쉼터에서 피톤치드를 받으며 느긋하게 숲의 기운을 받을 분들을 남기고, 몇몇은 철쭉 군락지까지 더 올라가 본다. 철쭉을 본격적으로 구경하려면 철쭉을 따라 다른 길로 하산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엔 시간이 부족해 그만 포기하고 임도를 따라 내려오기로 한다. 내려오면서 보니 옆으로 화사한 철쭉 군락지가 눈에 들어온다. 푸른 숲에 분홍의 꽃들이 뭉턱뭉턱 핀 모습이 장관이다. 관악산의 철쭉은 5월 초에 이미 다 졌는데 이곳 청옥산 철쭉은 지금이 한창이다.

 

 

연둣빛 신록과 알록달록한 들꽃들, 맑은 공기와 시원한 계곡물까지 봄 숲이 주는 생명에너지로 한가득 봄을 충전한 시간이었다. 당분간은 신종감염병도 도심의 답답하고 탁한 공기도 이겨낼 수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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