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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기록

흐르는 강물처럼, 양산팔경 금강둘레길

by 도토리초록별 2020. 5. 29.

2020.5.16. 충북 영동 양산팔경 금강둘레길 수두교 앞

 

며칠 전 충북 영동의 양산팔경 금강둘레길을 걸었습니다. 

연두에서 초록으로 조금씩 짙어져 가는 봄빛을 감상하며 유유히 흐르는 금강의 물줄기를 따라 걷는 시간이었습니다. 시원한 강바람, 푸른 숲 기운에 싱그러운 초록에너지가 가슴속 깊이 충전되는 기분이었습니다. 

 


금강둘레길은 소나무 숲이 울창한 송호관광지에서 걷기 시작합니다.

양산팔경 금강둘레길은 송림에서 출발해 강선대, 함벽정을 지나 수두교를 건너고 다시 송림으로 되돌아오는 코스입니다. 강변을 따라 걷는 6km 거리의 길에는 빼어난 경치와 옛사람들이 풍류를 즐기던 아름다운 정자들을 만날 수 있어 자연과 함께 옛 문화를 느껴보기도 좋습니다.

 


양산팔경은 충북 영동의 양산지역을 흐르는 금강변의 아름다운 절경 여덟 개를 꼽은 것입니다.

오늘 걷는 길에 2경 강선대, 3경 비봉산, 4경 봉황대, 5경 함벽정, 6경 여의정, 8경 용암을 만날 수 있습니다. 1경 영국사와 7경 자풍서당은 금강둘레길에서 만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다고 하니 같이 들려봐도 좋겠습니다.

 


걷기 시작해 처음 만나는 강선대의 자태가 빼어납니다. 송림 건너편 강변에 우뚝 솟은 바위와 멋진 노송들 사이에 자리잡은 정자가 눈에 들어옵니다. 멀리서 강선대를 바라보는 풍경도 멋지고, 강선대에 앉아 금강을 바라보는 경치도 으뜸입니다. 여유롭게 정자에 앉아 흐르는 강물을 하염없이 보는 것도 좋겠다 싶습니다. 저멀리 바라보니 강에는 한 사람이 낚싯대를 던지고 있습니다. 강이 모두 그의 것인 양 낚시하는 모습이 자유로워 보입니다.  오래전에 본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이 떠오릅니다. 

강선대에는 옛이야기가 전해집니다. 강선대의 멋진 풍경에 반한 하늘나라 선녀가 이 곳으로 내려와 목욕을 했다는 전설입니다. 전국의 아름다운 물가마다 전해지는 비슷한 스토리입니다. 그런데 여기는 하나의 이야기가 더해집니다. 강선대에서 내려다 보이는 강물 중간에는 커다란 바위가 떠 있습니다. 양산팔경 중 9경인 용암입니다. 목욕하러 내려온 선녀에게 반한 용이 선녀에게 다가가다 그만 승천하지 못해 바위가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선녀와 용의 애틋한 사연이 전해지는 아름다운 강선대와 용암을 감상하며 길은 점점 깊은 숲으로 이어집니다. 

 


숲길을 걷다보니 시야가 시원하게 터지고 금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정자 앞에 도착합니다. 함벽정입니다. 함벽정은 금강변의 물새 우는 소리가 끊이지 않고 강 건너의 비봉산 낙조가 한눈에 들어오는 위치에 있어 옛 선비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곳이라고 합니다. 어쩐지 숲길을 걸으며 "새소리가 좋다." 새가 많은 동네일까 생각했는데 함벽정을 소개한 입간판을 읽으니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오붓한 숲길을 걷다 보니 시야가 확 터지는 전망대에 도착합니다. 금강도 훤히 보이고 저 멀리 비봉산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가슴이 시원해집니다. 

 


데크길은 강변 아래로 이어지고 이제 금강을 건너는 운치 있는 다리가 눈에 들어옵니다. 평화롭게 흐르는 강물과 그 위에 낮게 놓인 다리를 걸어서 건너는 재미도 좋겠지요.

다리를 건너기 직전에 봉황대에서 쉬어갑니다. 봉황대는 포구 앞에 있는 정자인데 여기서 내려다보는 금강의 풍경이 아름다운 곳이라고 합니다. 친구들과 봉황대에 앉아 쉬는데 살살 불어오는 강바람이 얼마나 시원한지 자리를 뜨고 싶지 않았습니다.

 


봉황대에서 내려와 수두교를 건너 송림 방향으로 널찍한 강변길을 따라 걷습니다. 하늘과 강변이 시원시원 넓게 펼쳐집니다. 한여름엔 걷기 더운 길입니다. 해를 가릴 게 전혀 없는 평지길입니다. 걷다 보면 동네 게이트볼 운동장을 지나쳐 송림으로 이어집니다. 넓은 공간에 시원하게 펼쳐진 소나무 숲이 보기에도 가슴을 시원하게 합니다. 그냥 지나치기 아쉬워 송림 옆 풀밭에 깔개를 깔고 잠시 쉬어갑니다. 하늘도 나무도 강물도 푸름 그 자체입니다.

 



이제 금강둘레길을 거의 다 걸었습니다. 6km 거리의 금강둘레길을 걷는데 약 2시간 걸린다고 안내되어 있습니다. 저는 간식을 먹으며 쉬엄쉬엄 걸었더니 3시간 남짓 걸렸습니다. 

송림 끝에는 양산팔경의 하나인 여의정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옛사람이나 현대인이나 좋은 경치 앞에서 즐기고 행복해하는 마음은 똑같습니다. 경치가 수려한 곳은 어김없이 쉬어가기 좋은 정자가 세워져있으니까요. 사람들도 모여들고요. 강이 내다보이는 넓은 소나무 숲에서 일행들과 두런두런 산책하며 봄기운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평화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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