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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기록

봄꽃으로 물들다, 전주 완산공원 꽃동산

by 도토리초록별 2020. 4. 22.

2019.4.20 전주 완산공원 꽃동산

 

4월이 되면 언제 필까 슬슬 기다려지는 꽃 손님은? 취향은 제각각이지만 많은 이들이 먼저 떠올리는 건 벚꽃 아닐까 싶다. 잎이 나기 전에 꽃이 먼저 피어나는 흰 벚꽃은 칙칙한 겨울과 대비되는 밝고 화사한 기운이 강렬하다.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충분하다. 그래서 벚꽃 구경은 봄을 확인하는 연례행사로 다가오는지 모른다. 그런데 올해는 전염병 때문에 벚꽃 구경을 맘 편히 못하고 떠나보냈다. 봄은 왔지만 봄이 잘 느껴지지 않는 건, 코로나19로 겪는 어려움뿐 아니라 꽃구경을 못해서인지도 모른다. 아쉽지만 올해는 그렇게 보낼 수밖에 없다. 모두 함께 안전하게 전염병의 위험을 넘기는 게 중요하니까. 대신 내년 봄을 기약하자.

지금쯤 겹벚꽃과 영산홍의 콜라보가 황홀하게 펼쳐지고 있을 전주 완산공원 꽃동산의 봄풍경을 상상해 본다. 사진을  꺼내보며 아쉬운 마음을 달랜다. 랜선으로나마 함께 봄기운을 나눈다. 혹시나 해서 알려 드린다. 올해는 코로나19 감염예방을 위해 4월 13일부터 5월 10일까지 완산공원 진입로 전구간이 폐쇄되었다. 서로를 위해 발걸음을 멈추고 마음으로 사진으로 꽃밭을 감상하시길.

 

 

전주의 완산공원 꽃동산은 동네 주민들만 아름아름 아는 곳이다. 동네 주민들의 산책로이고 도서관에 왔다 머리를 식히는 뒷동산이다. 완산공원이 위치한 곤지산은 7개의 봉우리가 이어지고 있어 완산칠봉이라 불린다. 전주시내의 남쪽을 자연스럽게 둘러싸고 있는 곤지산 완산칠봉은 1894년 동학군과 관군이 격전을 벌였던 역사적 현장이기도 하다. 조용한 완산칠봉 산책로에 4월이 되면 울긋불긋 꽃동산이 펼쳐진다.

 

 

완산공원 꽃동산은 인근에 살던 주민이 선친의 묘를 가꾸면서 주변에 꽃나무를 한 그루씩 심으면서 시작된 꽃밭이라고 한다. 1970년대부터 40년 넘게 정성으로 일궈낸 가족사랑의 꽃밭이다. 2009년부터는 소유권이 전주시로 이관돼 지금은 시에서 관리중이다. 분홍색 겹벚꽃과 다홍색 영산홍이 어울려 피고, 주위로는 하얀색 조팝나무와 노란색 황매화도 봄빛을 더한다. 말 그대로 꽃동산이다.

 

 

벚꽃 

 

봄날

벚꽃들은

쏟아지는 햇살을 받으며

무엇이 그리도 좋아

자지러지게 웃는가

 

좀체 입을 다물지 못하고

갈깔대는 웃음으로

피어나고 있다

 

보고 있는 사람들도

마음이 기쁜지

행복한 웃음이 피어난다

 

-용혜원, 『이 세상에 그대만큼 사랑하고픈 사람 있을까』 (민예원)

 

 

 

친구와 가족, 일행들과 함께 온 사람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넘쳐난다. 봄꽃이 선물하는 봄기운에 함께 물든다. 꽃을 구경하는 것도 사람들의 밝은 얼굴을 구경하는 것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봄날의 행복한 풍경이다.

 

 

완산공원의 벚꽃은 겹벚꽃이다. 우리가 흔히 보는 길가에 심어진 하얀색의 벚꽃과는 다른 종류다. 일반 벚나무가 하얀색의 꽃잎 5장으로 되어 있는 것과 달리 겹벚꽃은 분홍색이고 벚꽃잎이 수북하게 여러 장 겹쳐있다. 만개한 겹벚꽃은 작은 꽃송이들이 모여 펴서 멀리서 보면 주먹 크기의 꽃송이처럼 보인다. 그래서 흔히들 왕벚꽃이라고 부른다. 실은 내가 바로 그런 의미에서 그렇게 자주 불렀다. 하지만 정확히는 겹벚꽃이라고 부르는게 맞다. 게다가 제주가 원산지인 왕벚나무와 헛갈리 수 있어서 주의해야 한다. 제주에서 자생하는 왕벚나무는 하얀색 꽃잎이 낱장으로 붙어있는 국산 토종 벚나무 수종이다.

 

2018.4.24 완산공원 꽃동산

 

겹벚꽃이 살짝 질 때 방문했던 적도 있다. 나무에 있어야 할 분홍색 꽃잎들이 바닥을 가득 메우고 있던 풍경을 잊을 수 없다. 길도 나무도 키 작은 꽃들에도 분홍색 꽃비가 소복이 내리고 있었다. 나무 위에서 한번, 땅에서 한 번 더 꽃 바다를 만들어 주던 완산공원 꽃동산. 봄꽃이 주는 분홍빛 밝은 기운에 마음까지 밝아지는 시간이었다.

 

 

완산공원으로 가는 길은 여럿이다. 곤지중학교를 찾아 그 옆으로 올라가거나, 완산도서관에서 뒷동산으로 올라가는 게 찾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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