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의 기록

공주소읍기행, 박찬호골목과 공산성, 제민천맛집

by 도토리초록별 2022. 3. 1.

지난 2월 백제의 흔적이 어린 역사도시, 공주로 소읍기행을 다녀왔다.

국립공주박물관에서 하는 무령왕릉 발굴50주년 특별전시를 보기 위해서였다. 작년 9월부터 시작한 전시회가 3월 6일이면 마감이라, 놓칠세라 나선 길이다. 오고 가는 길은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서울 고속버스터미널에서 고속버스로 1시간 반이면 도착이라, 운전의 부담도 없고 이동시간도  짧아 발걸음마저 가볍다.

공주는 삼국시대 백제의 도읍이었던 역사도시다. 한성(서울)에서 웅진(공주)으로, 이어서 사비(부여)로 옮기며 600여 년의 역사를 이어간 백제의 주요 무대다. 그래서 공주엔 백제의 흔적이 짙다. 2015년에는 공주의 공산성과 무령왕릉이 익산, 부여의 유적과 함께 백제역사유적지구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선정되었다.

 

 

제일 먼저 국립공주박물관을 방문해 무령왕릉발굴50주년 특별전을 관람한다. 1,500여 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세상에 드러난 무령왕릉의 유물들을 통해 생생한 백제의 역사와 문화를 만나는 자리다. 묘지석과 금관장식, 왕의 베개와 발받침 등 유물들의 예술미가 정교하고, 역사적 가치가 놀랍기만 하다. 박물관을 나와서는 인근의 무령왕릉과 왕릉원으로 향한다. 공주박물관은 무령왕릉 발굴 유물을 전시하기 위해 설립된 것이라 공주박물관과 무령왕릉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함께 방문해야 무령왕릉 답사가 완성되는 것이다.

무령왕릉과 왕릉원(구 송산리고분군)에서는 보존을 위해 무령왕릉을 영구 폐쇄했다. 그래서 우리는 대신 무령왕릉을 재현한 모형전시관을 통해 무령왕릉을 상상해볼 수 있다.  모형전시관을 관람한 뒤에는 왕릉원을 천천히 산책한다. 왕릉원에는 무령왕릉 외에도 다수의 백제고분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백제시대에서 현재까지 1,500여 년의 세월이 응축된 공간을 거니는 기분은 여느 장소와는 다르다. 523년 백제의 25대 왕인 무령왕이 묻힌 뒤, 1971년 왕릉이 발견되고, 내가 방문한 오늘에 이르기까지 1,500여 년의 세월을 뛰어넘는 유물들과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이 숙연한 기분을 들게 한다.

무령왕릉 특별전에 대한 포스팅은 별도로 올린 아래 글을 참고하시길.   

2022.02.28 - [여행의 기록] - 진묘수와 떠나는 백제여행, 무령왕릉 발굴 50주년 특별전

무령왕릉을 둘러보고 나니 이제 슬슬 다리가 뻐근하고 배도 고프다. 점심은 내가 좋아하는 제민천을 따라 공주산성시장으로 이어지는 동네에서 먹기로 한다. 공주는 맛있는 식당들이 제법 많아 여행길에 기분 좋은 한 끼 식사가 기대되는 여행지이다. 오늘은 어디로 갈까 생각하며 산성시장 근처 동네 골목으로 들어선다.

좋아하는 평양식만두전골집, 두부집을 지나쳐 오늘은 산성시장 방향으로 쭈욱 내려가 본다.

 

 

오늘은 산성시장 안에 있는 순대국밥을 선택했다. 백년가게로 선정되었다는 현수막까지 붙은 걸 보니 기대가 된다. 식당 안은 정갈하다. 국밥 맛도 깔끔하다.  국밥에 뭐 특별한 반찬을 기대할 게 없지만 김치, 깍두기, 새우젓과 함께 나온 마늘 무침이 맛있다. 칼칼하고 깔끔한 맛이 국밥과 잘 어울린다. 식사할 때 뒤에서 딸칵딸칵 소리가 나더니, 확인해보니 기계로 마늘을 자르는 소리였다. 손님들에게 밑반찬으로 내놓기 위해 얼마나 많은 마늘을 썰어야 할까.

 

 

시장을 나와 길을 건너면 바로 박찬호 골목으로 이어진다. 공주가 고향인 야구인 박찬호선수를 기념해 세워진 기념관과 골목길이라고 한다.  산성시장 바로 건너편으로, 시장에서 공산성으로 가는 길에  들려보기 좋은 위치라 박찬호 골목으로 들어선다. 

 

 

박찬호 기념관에서 한국 최초의 메이저리거 박찬호 선수의 흔적을 살펴보고, 밖으로 나와 계단을 올라 전망대에 오른다. 멋진 투구 폼의 조각상이 있는 공간으로 공주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전망 좋은 곳이다. 잠시 앉아 쉬기 좋다. 이 근처에 박찬호 선수의 고향집이 있어 골목이 조성됐다고 한다.

전망대 옆으로 난 좁은 골목은 박찬호 벽화길로 조성돼 있다. 길을 따라 내려오니 기념관을 거치지 않고 다시 처음 시작한 골목길 입구로 이어진다.

이제 오늘 공주여행의 마지막 코스인 공산성으로 간다. 박찬호 기념관에서 걸어서 15분 정도 걸린다.

 

공산성은 백제가 한성(서울)에서 공주(웅진)로 도읍을 옮기고 이후 사비(부여)로 다시 도읍을 옮길 때까지 64년간 백제의 왕성이었던 곳이다. 금강이 흐르는 야트막한 구릉에 위치한 성곽으로 남문인 진남루와 북문인 공북루를 비롯해, 조선의 임금인 인조의 흔적이 남아있는 쌍수정과 백제의 왕궁지 등이 남아있다. 오랜 역사의 숨결이 묻어있는 곳으로 무령왕릉과 함께 백제역사유적지구 유네스코 문화유산이다.

매표소를 지나 비석이 있는 오르막을 오르면 공산성의 출입구격인 금서루(동문)를 통해 공산성으로 들어선다. 공산성 내부를 둘러볼 수 있는 코스는 여럿이다. 쌍수정과 왕궁지를 지나 영은사, 공북루를 돌거나 공산정과 공북루, 만화루와 연지를 돌아 나오는 코스가 각 30분 정도로 가볍게 둘러보기 적당하다.

난 공산성을 크게 한 바퀴 둘러보고 싶어 성곽길을 걸었다. 금서루에서 출발해 쌍수정을 지나 진남루, 광복루를 지나 공산정을 둘러보는 코스다. 성곽길을 걷다 만나는 노거수들이 공산성의 긴 역사를 느끼게 한다. 훤히 내려다보이는 공주 시내와 비단강 금강의 물줄기가 시원하다. 직접 걸어보니 한쪽이 강에 접해있고 다른 쪽은 오르막 지형으로, 적으로부터 성을 보호하고 이동에도 편리한 왕궁으로서 적절한 입지라는 게 느껴진다.

 

 

공산성 성곽길을 한바퀴 도는데 1시간가량 걸린다. 어려운 길은 아니다. 다만 금강과 접한 성곽길 구간은 제법 경사가 가파른 구간이 이어져 주의가 필요하다. 성곽길 코스의 장점은 전망이 시원하고, 길에서 만나는 오래된 노거수들, 성문과 옛 흔적들에서 느껴지는 오래된 공간이란 느낌이 좋았다.

공산성을 나와 건너편에 있는 찻집에 들러 잠시 쉰다. 서울로 돌아가는 고속버스 시간이 남았기 때문이다. 종일 걷느라 지친 다리도 쉬어 줄 겸 딱 좋은 타이밍이다. 커피와 함께 공주 알밤 파이를 하나 맛본다. 오늘 하루 긴 도보 끝에 먹는 달달한 파이가 피로를 풀어준다. 커피와 잘 어울린다. 밤 파이는 공주의 특산품인 밤을 넣어 만든 빵이다. 괜찮은 아이디어다. 공주에는 이렇게 질 좋은 지역의 알밤을 재료로 만든 빵이나 과자, 떡, 음식이 있어 여행객에게 소소한 즐거움을 준다. 밤 파이와 함께 아까 산성시장에서 골라 둔 알밤모찌까지 가방이 두둑해져 집으로 향한다.  

댓글